임수빈 개인전 "핑크 스펙트럼, 행복씨앗의 초대"

19'09.04~17 (중구 명동 요 갤러리)

최영화 기자 승인 2019.09.06 11:19 | 최종 수정 2020.11.06 14:21 의견 0

 


[울산부동산뉴스 최영화기자] 서양화가 임수빈 작가가 2019년 9월 4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길 74, 1898광장 B117호에서 "핑크스펙트럼; 행복씨앗의 초대"의 제목으로 개인전을 갖는다.

"핑크 스펙트럼, 행복씨앗의 초대"에 대한 평론은 안현정(예술철학박사, 미술평론가) 평론가의 평론을 소개한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계절의 변화 속에서 살며시 스며든 분홍빛 바람처럼, 생명을 머금은 ‘행복씨앗’이 바람에 실려 사푼사푼 날아오른다. 사랑에 빠지고 싶은 동화 같은 환상은 핑크빛 미래를 약속하듯 삶을 긍정으로 이끌고, 순수로부터 출발한 분홍은 행복씨앗과 만나 새로운 이상향을 노래한다. 허나영 평론가는 이를 “핑크 유토피아로의 여정(旅程)”이라 명명했다. 임수빈 작가의 초기 작업들은 ‘핑크 숲+상상의 말’이라는 직관에 기초한 구상(具象)을 전제했다면, 최근 작업들은 ‘행복씨앗+확산의 바람’이라는 시·공간적 메타포를 가미한다. 이에 더해 대상에 주목하던 시각이 관계 중심의 컨텍스트로 확대되면서, 표현적 구상형식과 시점의 다변화가 작품 해석의 다면성까지 유도하고 있다. 자유롭게 구성된 부감시(俯瞰視=鳥瞰圖法, bird’s-eye view) 중심의 화면구성은 기존 작품과의 발전적 연계 속에서 작가의 다음 행보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동력을 보여준다. 이른바 핑크 스펙트럼, 주제와 기법 모두에서 감성의 확장에 주목함으로써 예술가의 명칭에 ‘행복전도자’라는 역할을 추가한 것이다.
 

임수빈 작가에게 분홍은 자아의 발견이자 타자와 소통하는 창이다. 핑크(PINK)가 글로벌한 색감요소를 지칭한다면, 분홍(粉紅)은 여성스러움이 내재한 한국적 삶의 가치까지 아우른다. 하지만 작가에게 이 둘 사이의 가치는 통합적이다. 일반적인 가정의 여자아이라면 예쁘게 커야한다는 명제 속에서 분홍 옷과 인형이 가득한 방에서 성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의 어머니는 아이를 여자라는 틀에만 가두지 않았다. 직장생활로 바빴던 어머니의 열린 교육방식은 작가를 행복하기 위해 추구해야할 명제가 무엇인가를 고민케 한 계기가 되었다. “우리 집안의 교육은 있는 그대로의 삶과 연결돼 있었어요. 그래서 칭찬받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더 밝고 건강한 세상을 꿈꿨습니다.” 작가가 상정한 행복한 삶이란 모두가 상생하는 사랑하며 살 수 있는 아름다운 관계를 지향한다. 처음 작가에게 핑크는 안정감 넘치는 ‘나만의 방, 존재의 공간’ 이었다.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고 공격적이지 않은 나만의 공간, 유아기부터 발아된 핑크빛 세상은 작품으로 구현되면서 사랑받고자 하는 우리 모두의 욕구로까지 이어졌다. 나만의 방이 곧 모두를 위한 유토피아가 된 것이다.
 

초기 작품에서는 핑크라는 색감이 적극적으로 드러났다면, 최근 작품에서는 수많은 색과 어우러지면서도 자연스럽게 베어나는 확산의 어우러짐이 느껴진다. ‘핑크이자 분홍’은 특별하게 규정된 색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관계의 스펙트럼으로 이어진 것이다. 작가는 핑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핑크에 어둠이 내리면 핑크가 주는 행복한 느낌을 알기 때문에 더 슬퍼질 때도 있어요. 하지만 핑크가 계속 우리 삶을 비추다보면 어둠마저 행복에 스며들지 않을까요. 분홍 말은 말띠인 제 자신을 향한 은유였습니다. 핑크가 만든 아름다운 생명체 속에서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작가에게 분홍 말은 행복한 이상이라면, 푸른색 얼룩말은 현실을 향한 메타포이다. 작가는 핑크빛이 많을수록 이상(理想, Ideality)에 가깝고, 푸른빛이 많을수록 현실(現實, Reality)에 가깝다고 말한다. 나무들은 세계를 나누는 기둥이고, 통로는 현실과 이상의 경계이다. 작가의 현실은 매일 반복되는 노동으로 비춰지지만, 그 이면에는 핑크 유토피아를 통해 우리를 행복한 삶으로 이끄는 여정이 담겨있다. 작품 속에는 핑크빛 들판 위를 달리는 우리자신의 모습이, 유토피아로 안내하는 파랑새의 날개 짓이, 행복씨앗을 삶에 위치시키는 작가의 바람이 아름드리 녹아있는 것이다.
 

작가의 최근작에서는 ‘행복씨앗’이 발아된 모습과 만날 수 있다. 커피콩으로부터 유래된 ‘행복씨앗’은 커피가 휴식일수도 있지만 각성일수도 있다는 작가의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재충전의 의미로 접근하기 시작한 행복씨앗에 대한 사유는 커피콩이 붉은 열매이기도 하지만, ‘행복=핑크’라는 공식을 상정한 작가의 생각과 연관된다.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는 저서 『행복론』에서 행복의 기본 조건으로 "명랑한 정서, 건강, 정신적 평온, 약간의 재산"에 대해 이야기 한 바 있다. 그가 최상의 조건에 ‘명랑한 정서’를 이야기 한 것은 삶의 모든 것은 '긍정하는 사고'에 있음을 이야기 한 것이다. 임수빈의 행복씨앗은 바로 쇼펜하우어가 언급한 명랑한 정서와 맞닿아 있다. 행복을 각성하라는 뜻의 ‘행복씨앗’은 그렇게 핑크 유토피아의 세계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의 미학을 갖게 된 것이다. 임수빈 작가는 작품 속에서 핑크빛 바람과 여유, 그리고 오늘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발아된 행복씨앗이 살랑살랑 바람에 실려 핑크빛 삶을 약속하듯, 우리를 사랑으로 가득한 긍정적 삶으로 안내하려는 작가의 의지인 것이다. 비록 지금-여기의 삶이 거칠고 힘들지라도 작가의 핑크빛 세상과 만난다면, 우리 모두의 삶 속에서 ‘행복씨앗’은 소담스레 자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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