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부동산뉴스 최영화기자]
울산의 산업 유산이 새로운 예술의 언어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고래의 도시’ 장생포의 장생포문화창고가 있다.
한때 고래 가공 공장이었던 이곳은 이제
시간의 흔적을 예술로 번역하는 울산의 대표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 산업의 기억 위에 피어난 예술
장생포문화창고는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다.
콘크리트 벽면의 질감, 노출된 철골 구조,
그 속을 따라 흐르는 조명의 결이
공간 자체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만든다.
한때 고래기름의 냄새가 가득하던 곳이
이제는 회화와 조각, 설치미술의 향기로 채워지는 변화—
그것은 ‘공간의 재생’이자 ‘시간의 화해’다.
이 공간에서 열리고 있는 **「2025 한국×유럽 해외예술교류전」**은
바로 그 ‘시간의 화해’를 주제로 한다.
부제는 “Vanitas, From the Deceit of Time to the Reflection of Beyond”.
덧없음과 영원, 소멸과 재생을 예술로 표현한
국제 예술교류의 장이다.
🌍 예술이 세계를 잇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유럽의 작가 20여 명이 참여한 대규모 기획전으로,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그리고 한국의 작가들이
각자의 언어로 ‘시간’과 ‘존재’를 이야기한다.
이탈리아의 발레리오 토니넬리(Valerio Toninelli)는
빛과 어둠, 혼돈과 질서의 대비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해석하고,
한국의 작가들은 자연과 생명의 순환 속에서
‘시간의 미학’을 풀어낸다.
그 가운데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작품이 있다.
바로 박정용 작가다.
🎨 박정용 작가 ― 돌과 바람, 그리고 생명
박정용의 화면은 언제나 자연의 질서 속에서 시작된다.
그의 작품 속 **‘돌’**은 단순한 물체가 아니라
시간의 무게를 품은 생명체다.
거센 파도와 회오리 속에서도 돌은 흐트러지지 않고,
그 위로는 초록 덩굴과 분홍빛 꽃이 자란다.
대표작 「둥글게 모인 다섯 사람」, 「만개하다」, *「키스」*에서
돌들은 마치 인간처럼 서로에게 기울고,
바다와 하늘은 그들의 무대를 감싸 안는다.
그 풍경은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삶의 강인함’과 ‘존재의 아름다움’을 함께 드러낸다.
그가 표현하는 돌의 세계는
울산의 도시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거칠지만 견고하고, 무겁지만 생명력을 품은 도시.
울산이라는 산업도시의 본질을
그는 자연과 예술의 언어로 다시 해석한다.
🌸 공간이 예술을 품을 때
이번 전시의 배경인 장생포문화창고는
예술작품의 무대이자 하나의 살아있는 공간이다.
울산의 산업과 문화가 공존하는 이곳에서
박정용의 작품은 더 깊은 울림을 갖는다.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예술이
서로를 비추며 공명하는 순간—
그것이 바로 ‘바니타스(Vanitas)’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울산의 문화적 변화를 상징하는 이 전시는
지역 예술가들의 세계무대 진출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울산은 이제 ‘산업의 도시’를 넘어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 전시 안내
📍 장생포문화창고 4F C-Factory 갤러리
🗓 2025년 10월 29일(수) ~ 12월 14일(일)
⏰ 오전 10시 ~ 오후 9시 (월요일 휴관)
🎫 무료 관람
주최: 고래문화재단
🪶 마무리
울산의 남쪽 끝, 고래가 뛰놀던 바다의 기억이 남은 자리에서
이제는 예술이 파도처럼 흐른다.
박정용 작가의 작품은 그 파도 위에 놓인 돌처럼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생명의 노래를 들려준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예술은 그 자리에 남는다.”
울산의 문화와 예술이 만나는 곳,
장생포문화창고에서 그 시간을 함께 걸어보길 바란다.